2007년 6월 17일 일요일

오토바이 물결따라 흐르는 씨클로의 낭만 ‥ '베트남 하노이'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긴 다리 하나를 건넌다.
서울의 잠수교와 같은 2층 다리로,아래엔 기차가 다니는 승용다리다.
물색이 붉은 홍강의 양편을 연결하는 다리 위에서 가이드 위엔 베트씨가 입을 연다.
베트남 사람끼리 하듯 성을 빼고 그냥 미스터 베트라고 불러 달라는 그는 1965년부터 6년간 북한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한 유학파다.
"미국과 전쟁이 붙은 1964년 8월 호찌민 주석이 이렇게 말했어요.
'전쟁은 반드시 이긴다.
이긴 다음 더 아름답고 웅장한 베트남을 건설하겠다.
싸우는 사람은 싸우고 앞으로 나라 건설할 사람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라'고요.
때마침 북한에서 200명을 육성하겠다는 전문이 왔고,제가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지요."
전쟁의 난리통에 국가 차원에서 젊은 청년을 유학 보낼 생각을 다 하다니… 당장의 전선이 아닌,앞으로의 나라 위상을 우선시한 베트남 지도층의 미래지향적 사고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그 생각이 옳았다.
베트남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신흥시장으로서 급부상 중이다.
전쟁으로 온 나라가 폐허가 돼 아파트 화장실에서까지 돼지를 길러가며 입에 풀칠했다던 때에 품었을 법한 독한 마음과 배움에 대한 전통이 성장엔진에 에너지를 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하노이 시내의 대로를 물결치듯 누비는 오토바이 행렬이 더 역동적으로 보인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매연,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음,다닥다닥 붙어 허름하기 짝이 없는 상가주택 등 편안한 여행지로서는 빵점인 하노이에는 배움을 중시하는 베트남의 전통이 곳곳에 남아 있다.
시내 중심 호엔끼엠 호수 입구의 펜탑이 그중 하나다.
하늘을 찌를 듯 날카롭게 서 있는 펜탑에 아침 햇살이 비치면 펜촉 부위의 그림자가 출입문 위에 새겨진 벼루에 정확히 어린다.
호수에 떠 있는 작은 섬의 옥산사당에 몽골과 세 번 싸워 세 번 다 이겼다는 장군과 건강을 지켜주는 약신에 더해 학문의 신을 모시고 있는 점도 그렇다.
하노이 사람들은 아주 큰 거북이 살고 있는 이 호수를 환검호라고도 부르며 신성시하고 있다.
옛날 호수가 홍강 줄기였을 때 한 어부의 그물에 장검이 걸려 나왔다.
레러이 장군이 이 칼을 들고 명나라와의 싸움에서 승리했고,돌아와 배를 타고 승리를 자축할 때 거북이 물 위로 올라와 장검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유리함에 보전 처리된 거북 박제가 정말 엄청나게 크다.
호수 주변은 하노이 주민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벤치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기 알맞다.
씨클로를 불러 타고 구시가의 좁은 골목길을 돌며 하노이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둘러보기에도 편하다.
문묘는 공자를 모시는 곳이다.
문묘에 이어 지은 국자감은 베트남 최초의 대학으로 베트남 학문의 전당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문묘국자감의 구중궁궐 같은 경내에는 지밀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거북 머리 좌대의 비석이 한데 모여 있는 게 눈에 띈다.
15세기 후반부터 300여년간 관리 등용시험에 합격한 이들의 명단이 새겨져 있는 비석이다.
새하얀 실크 아오자이 차림의 여학생들이 많은 것을 보면 공부하는 학생들의 필수 코스인 것 같다.
호찌민 묘지를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의 영웅 호찌민의 묘는 1975년 9월2일 베트남 건국기념일에 맞춰 조성됐다.




1945년 호찌민이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바로 그 자리라고 한다.
묘지 안에는 호찌민 시신이 보전돼 있다.
앞쪽에 펼쳐진 호찌민광장(바딘광장)이 넓다.
호찌민광장 옆쪽으로 주석부를 비롯한 호찌민유적지가 있다.
주석부는 프랑스와 일본 총독 관저였던 곳으로 호찌민도 잠시 머물렀다고 한다.
큰 집이 필요없다며 옮긴 프랑스 전기수리공의 집 그리고 산속에서 투쟁했던 시절을 기려 소수 민족 스타일로 지은 집 등이 이웃해 있다.
호찌민박물관에서는 호찌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수상인형극은 호찌민 여행의 마지막 시간을 장식해 주는 공연물이다.
베트남의 신화와 사람들의 옛 생활모습을 보여준다.
네 마리의 황금용이 불을 뿜으며 등장해 베트남 민족이 용과 선녀의 후손임을 알린다.
밭 갈고 모심고 낚시하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재미있게 표현한다.
환검호의 전설과 관련된 도막도 있어 이해를 도와준다.
하노이=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베트남항공, 인천~하노이.인천~호찌민 매일 직항운행
베트남의 정식 국명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다.
인도차이나반도 동쪽 해안 전체에 이어져 있다.
중국 라오스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한반도의 1.5배 되는 땅에 8200만명이 살고 있다.
54개 민족을 헤아린다.
베트(또는 킨)족이 88%.수도는 북부의 하노이.열대몬순 기후 특성을 보이고 있다.
5∼10월이 우기,11∼4월이 건기다.
하노이의 여름철 평균 기온은 31도로 무덥다.
통화 단위는 동으로 1달러에 1만6000동이다.
베트남항공(02-757-8920)은 인천∼하노이,인천∼호찌민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부산에서도 하노이(월·화·목·토요일,대한항공 편명공유),호찌민(매일)행 직항편을 탈 수 있다.
8월2일부터 매주 월·목·토요일 부산 출발 하노이행 비행기를 직접 띄울 예정이다.
하노이까지 4시간30분 걸린다.

댓글 없음: